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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나와 호텔의 이야기

kimxesxie_ 2024. 5. 30. 11:28

일단 나는 호캉스가 취미이다.(당연히 밥먹듯이 즐기지는 못 한다)
2022년에는 여섯 번, 2023년에는 네 번, 올해 스케줄을 봤을 때 올해는 총 다섯 번 정도 갈 것 같다.
 
한 번쯤 호캉스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기도 했고, 당시의 추억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이거에 대해서 글을 써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적어내려가본다.
 

1. 호캉스의 시작: Hotel Onoma Autograph Collection

당일날 부킹닷컴으로 예약하고 즉흥으로 가게 된 호텔 오노마.

 
호텔을 많이 다니긴 했지만, 하나의 여가 생활로 굳어진 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이때는 원래 친구랑 고등학교 때 선생님 집에서 1박 2일로 놀기로 했었는데, 그 분이 코로나 환자랑 동선이 겹쳐서 코로나 검사를 해야된다고 해서 그 약속이 취소되었다. 기왕 날 잡아둔 거 우리끼리라도 놀고 싶어서 바로 부킹닷컴에서 숙박업소를 알아보다가 대전에 있는 호텔 중 제일 좋은 곳이라서 결제하게 됐다.
 
당시에 신축 호텔이어서 그런가 굉장히 쾌적하게 지냈던 기억이 있다. 방음도 굉장히 잘 되는 편이어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쉴 수 있었다. 이 호텔 오너인 정유경 사장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데 정유경 사장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엿볼 수 있어서 굉장히 신선했다. 뷰도 굉장히 좋았고. 다음날에 조식도 먹었는데 이 또한 굉장히 좋았다. 욕조 없는 방이었는데도 당시에는 별 생각없이 썼다.
 

 

잊혀진 계절 (원곡가수 이용)

Guckkasten · Song · 2012

open.spotify.com

 
그때 들었던 음악.
이 노래를 들으면 오노마가 생각난다.
 
여기는 그 해 11월에 동생과 다시 재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굉장히 조용하고, 쉬기 좋은 호텔이라고 생각된다. 뷰가 탁 트여있다. 야경도 괜찮은 편이고. 특히 신세계 대전점과 매우 가까워서 처음 온다면 볼거리, 할 거리가 굉장히 많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더 좋은 점을 꼽아보라고 하면 좀만 옆으로 걸어가면 성심당이 있다는 것이다. 본점은 아니지만, 본점과 DCC점이 맛이 다른 것은 아니니 타지 사람이라면 오노마 호캉스도 추천하고 싶다.
 
 

2. 호캉스는 아니었지만: 신라스테이 역삼

이것도 당일에 즉흥으로 예약했다.

 
이 날은 휴무날이었다. 계획된 건 아니었고 그냥 서울이 가고 싶어서 무작정 올라왔다. 원래는 당일치기로 서울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그냥 한 박 자고 와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올라가는 길에 부킹닷컴에서 10만원대 호텔로 무작정 예약해버렸다.
 
도심이라 그런가 방음이 잘 된다는 느낌은 없었고, 비즈니스 호텔의 제일 낮은 객실을 예약해서 그런가 욕조도 없는 방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시설은 내가 지금 다니는 호텔들보다 좋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오롯이 혼자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는 것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단점이 있다면 역과 조금 거리가 있다는 것? 레스케이프와 드래곤시티에 비해 거리가 있다는 것이지 아주 먼 편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자.
 

 

Grown Ups

Sondia · Song · 2018

open.spotify.com

 
이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호텔보다는 새벽에 잠이 안 와서 무작정 테헤란로 근처를 거닐며 새벽 공기를 마셨던 순간. 테헤란로를 걸어다니며 이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천천히, 크게 걷고 돌아와서 센터필드 안에 있는 리저브 매장에서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3. 네 번이나 가본 호텔: L'escape Hotel

이건 두 번째 갔을 때. 근데 첫 방문 때랑 두 번째 방문 때랑 같은 급의 방을 사용했어서 첨부해봤다

 
들어가기 전 짤막한 총평

 
 1. 보여주기용으로 많이 오는 것 같다.
: 인테리어가 워낙 특이하다보니 퀸메이커, 펜트하우스 등 드라마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던 곳. 그래서 진짜 쉬러오는 것보다 사진찍으러 왔나 싶을 정도로 사진을 굉장히 많이 찍는다.
 
 2. 같은 가격 호텔 객실들 대비 화장실이 굉장히 넓고 좋은 편이다.
:  화장실은 압도적으로 좋다. 아마 객실의 반이 화장실일 것이다. 욕조도 같은 가격 호텔들 대비 굉장히 넓은 편이다. 그리고 욕조, 샤워부스, 변기 구역이 따로 되어있다. 다 나뉘어져 있는 게 장점이긴 한데, 때론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욕조에서 목욕하고 샤워 부스로 가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더라. 옛날엔 따로 있는 게 좋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샤워부스랑 욕조 일체형으로 되어있는 게 좋다. 욕조 청소도 좀 해놓을 수 있고, 목욕 후 바로 샤워할 수 있어서 편하더라. 
 
3. 압도적으로 좋은 접근성
: 왼쪽으로 가면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 있고, 더 옆으로 쭉 가면 명동이 있다.(롯데백화점이 있다). 만약 러쉬를 까먹고 못 샀다면 옆 신세계 백화점에 가서 사오자. 뿐만 아니라, 바로 앞에는 회현역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 뒤편으로 넘어가면 남대문 시장이 나온다. 좀만 부지런떨면 웬만한 관광지는 금방 간다. 외국인 관광객들한테 꽤나 좋은 location이 될 것 같다.
 
4. 독특한 인테리어
: 인테리어가 굉장히 독특한 편이다. 보통의 호텔은 깔끔함을 추구하는데, 이 호텔은 번잡하게 화려한 걸 추구한다. 좋게 말하면 독특한 거고, 안 좋게 말하면 머리 아픈 디자인. 엄마는 여기 디자인을 보며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고 했었다. 
 

 
첫 방문

 
  명동에 있는 스타벅스 아카데미에서 커피 관련 강의가 열린다고 해서 휴무를 낸 날이었다. 휴무를 어떻게 이어붙여서 2박 3일을 쉴 수 있게 되었고, 원래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명동에서 잘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레스케이프를 알게 됐고 인테리어가 너무 신기해서 여기서 자보고 싶어졌다.
 
 처음에 좋게 와닿았던 건 회현역 바로 앞이라는 점. 과거에 묵었던 신라스테이 역삼은 역이랑 조금 거리가 있어서 지하철을 자주 타는 나로서는 좀 불편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역 바로 앞에 호텔이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는 내게는 굉장히 큰 메리트로 와닿았다.
 
 두 번째로 좋았던 점은 대부분의 객실에 욕조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포포인츠에서 레스케이프로 변경한 이유에는 이것도 있었다. 욕조가 있고 없고를 크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때 욕조를 보고 하와이에 있을 때 욕조에서 입욕제 풀고 목욕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 입욕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러쉬를 사서 입욕을 해봤다. 그때 썼던 입욕제는 인터갈라틱과 가디스. 두 입욕제 다 굉장히 풀었을 때 색까링 아름다웠어서 기억에 남는다.
 
 아, 이때는 저 번잡한 인테리어를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호텔을 경험하면서 바뀐 부분.

레스케이프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사온 커피나 별다방점까지 걸어가서 사온 쿨라임 피지오를 마셨던 기억.
그리고 누워서 이 여섯 개의 노래를 주구장창 돌려 들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방문

 
  4월에 호텔을 갔던 경험을 친구와 공유했다. 그 친구가 자신도 호캉스를 하며, 러쉬로 입욕도 해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었다. 그 친구가 당시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내가 숙박비를 내고 친구가 밥을 사는 쪽으로 해서 3박 4일로 호텔 일정을 잡았다. 근속 기간이 좀 쌓여서 휴가가 꽤 많은 상태라 3박 4일 일정이 가능했다. 친구도 굉장히 만족했고, 나도 3박 4일동안 굉장히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입욕제를 총 3개를 썼다. 아보배쓰와 레이크스를 썼고, 다른 하나는 기억이 안 난다. 두 입욕제 다 내가 좋아하는 입욕제이다. 특히 아보배쓰는 지금도 내 최애 입욕제. 입욕제라는 주제도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져서 따로 포스팅을 준비하고 있다.
 
 친구는 욕조에서 러쉬를 해본 후 몸이 풀리는 것을 경험했고, 이후 같이 호텔을 가면 꼭 러쉬를 한다.

그때 들었던 플리

그때 많이 들었던 노래.
 

코너 스위트 룸

 
세 번째 방문

 
  이때는 동생이랑 갔다. 당시 동생이 호텔을 가보고 싶다고 했고, 나도 간만에 호텔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박 3일 일정으로 잡게 됐다.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처음으로 스위트룸을 잡았다는 것.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 방들 중 제일 높은 방이었다. 기존에 썼던 방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전체 객실 넓이가 굉장히 넓고 화장실과 방 사이의 파티션의 디자인. 아, 거실과 방이 분리되어 있었다. 이때는 조식 포함해서 예약해서 조식을 처음 먹어봤는데 뷔페는 아니었고, 반상 형태로 나왔다. 프렌치 토스트랑 계란국같은 메뉴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그래도 위치가 좋아서 남대문시장을 좋아하는 동생이 꽤나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도 러쉬를 썼는데, 아보배쓰 외에 다른 입욕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본 방들 중 제일 낮은 방이었다

네 번째 방문

 
  제일 낮은 방은 아니고, 뒤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방. 욕조를 쓸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그동안 이 호텔에서 넓은 방들만 쓰다가 여기를 오니 굉장히 낮아보였다.
 
 그래도 크게 불평불만이 없었던 이유는 사원패키지를 이용해 온 것이기 때문. 반값이라 10만원도 안 드는데 그것도 다음 달 월급에서 공제되는 거라서 당장 돈을 낼 필요가 없었다. 
 
 난 개인적으로 세 번째 방문 이후로 여기를 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노보텔을 경험한 이후 안 오고 싶어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올 생각이 없었는데 언니가 레스케이프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갔다. 언니는 잠만 자고 아침에 내려갔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자기 힘들었다고 하더라. 불면증이 있었지 잠귀가 밝은 편은 아니어서 난 시끄러운 줄도 몰랐는데, 예민한 사람들은 방문하기 전 재고해보시길. 
 
 특별히 와야만 하는 일이 있지 않고서 내 돈으로 다시 오지는 않으리라.
 
 

4. 결국에는 회원권을 끊게 만든 호텔: Novotel Ambassador 용산

전체 샷이 없다.

 
첫 번째 방문

 
  저 날은 김윤아 다음날 김윤아 솔로 콘서트를 보기 위해 서울에 올라간 날이었다. 원래 레스케이프를 가려다 신녀성님의 영상을 보고 노보텔이 가고 싶어졌다. 가격도 기존에 가려던 레스케이프와 비슷해서 호텔 바꾸는 것에는 딱히 고민이 없었다. 이 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혼캉스의 맛을 알게 되었다. 3시 퇴근 후 서울 올라가면서 그동안의 호텔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와서 즐기는 게 더 컸는데 저때는 어쩌다 혼자 가게 되어서 혼자 호캉스 하는 맛을 알아버렸다. 저땐 특히나 비가 와서 방 안에만 있다보니 특히나 그런 걸 잘 느낄 수 있었다. 혼자 호텔에 있으면 좋은 점은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레스케이프 이상의 접근성. 용산역 바로 앞에 있는 것도 좋지만 앞에 아이파크가 있어서 서점에도 갈 수 있고, 영화관도 갈 수 있다. 백화점 가려면 조금 나가야 하지만 요즘 백화점 갈 일이 없어서 큰 단점은 아닌 것 같다.
 
 세 번째, 처음으로 마지막으로 할머니와 같이 온 호텔이었다. 할머니는 호캉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때 들었던 음악들

김윤아 솔로 콘서트 때문에 올라간 것이라 김윤아 라이브 앨범을 많이 들었다.
특히 Paris, Texas와 Candy Necklace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러쉬를 풀어놓고 두 곡을 줄기차게 들었던 기억.
 

생일날 공짜로 간 호텔. 아멕스에게 무한 감사.

 

두 번째 방문

 
 이때는 공짜로 갔다. 생일날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데 이때는 노보텔을 쌩돈 내고 갈 정도의 재정 상태가 아닌데 가고는 싶고.. 내 카드를 보다가 '아 리워드 있었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리워드 사이트 들어가서 봤는데 하룻밤은 공짜로 자고 스테이크까지 먹을 수 있는 액수의 리워드가 쌓여있었다. 그래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원래는 수페리어 객실을 예약을 했는데, 프론트에서 아코르 사이트에 가입하면 업그레이드 해준다고 해서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으나.. 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론트 직원 분의 배려로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이 글을 보고 업그레이드 해달라고 우기지는 말자. 10번 가입을 시도했으나 되지 않아서 그냥 배려 차원에서 해주신 것 뿐이니.
 
 혼자 가지 않고 친구랑 갔다. 개인적으로 노보텔에 만족한 것도 있지만, 친구가 노보텔 방문기를 듣고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서 그걸 생각해서 노보텔을 재방문한 것도 있다. 원래 친구는 9월에 같이 갈 예정이었지만, 친구가 내 생일날 휴무를 내준 덕분에 생각보다 일찍갈 수 있게 되었다. 

9월 방문/ 다음해 3월 방문

 

세 번째 방문 / 네 번째 방문

 
 퇴사 전 마지막 호캉스. 원래 9월에 한 번 같이 호텔을 가자는 이야기는 했었는데, 그때는 노보텔을 알기 전이라서 레스케이프를 염두해 두고 한 이야기였다. 생일날 같이 갔던 친구랑 이 때도 같이 갔다. 이때도 수페리어로 예약했는데, 이유는 기억 안 나지만 업그레이드가 됐다. 이때는 대단한 것은 없었고, 재밌는 우연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세 번째 방문했을 때는 생일 때와 똑같은 호수의 방으로 배정됐다. 

 
 

5. 4성 모텔 같았던 호텔: Ibis Style Ambassador 용산

이비스 용산 객실 중 가장 기본 객실

 
여긴 즉흥으로 예약해서 왔다. 생일 당일날 노보텔에 묵을 예정이었는데 그 전날 빨리 올라오고 싶어서 예산 범위 내에서 가능한 호텔을 고르다보니 여기를 오게 되었다.
 
이비스는 본래 3성같은 느낌이 강한데, 여기는 드래곤 시티로 묶여있고 부대시설을 공유해서 그런가
다른 이비스에 비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안 좋은 호텔은 아니다.
시설도 잘 뽑았고, 조식도 맛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내가 호텔에게 기본적으로 바라는 요소를 다 갖고 있지 않아서 다시는 안 쓸 예정이긴 하다.
(이때는 욕조에 엄청 집착하는 편이라 욕조가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하겐다즈 먹고 싶었으나 먹고 싶은 맛이 없어서 나뚜루 삼

 
이비스 용산의 최고의 장점은 건물 안에 편의점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드래곤시티 이용하시는 분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이 편의점에서 밥을 사드시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보통 호텔이 갖는 심플하거나 고급진 이미지보다는 통통튀는 인테리어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내가 잤던 방의 뷰가 노보텔의 개발 뷰보다는 나아보였다.

새벽 산책으로 돌아다녔넌 용산 / 밤에 온 용산역

 
밤에 용산역에 나와서 사람 구경도 하고, 새벽에 나와서 로카우스와 써밋 근처를 산책하기도 했다.
 
나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끔 보랏빛 조명과 유난히 후덥지근했던 저때의 용산역이 그리울 때가 있다.
 
 

6. 내가 갔던 호텔 중 제일 비싼 호텔: Four Seasons Seoul

포시즌스의 장식은 매 계절마다 바뀐다.

  여기를 예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 초등학교 때였나, 2층 버스를 타고 신라호텔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신라호텔을 보며 저런 호텔에서 잘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대충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시간 안에 많은 동급의 호텔들이 생겨났다. 페어몬트, 포시즌스, 시그니엘같은. 여러 호텔을 알아보던 중 자우림 콘서트장(장충체육관)이랑 제일 가까운 5성을 알아보게 됐고, 신라호텔에는 가고 싶지 않아서 그나마 장충체육관과 가까운 포시즌스를 고르게 되었다. 연말이라 굉장히 비쌌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그 돈을 결제하며 여기서 한 박을 보냈던 이유는 비싼 호텔은 어떤 다른 점이 있나 궁금해서였다. 
 
 기네스에서 선정한 한국 호텔 두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기라고 한다. 그런만큼 부대시설이 굉장히 좋다. 서비스 또한 내가 다녀본 호텔이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았다. 좋다기보다는 고급지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로비에 있는 장식들이 굉장히 아름답다. 봄에도 한 번 카페 가려고 다녀왔었는데 역시 포시즌스답게 굉장히 아름답게 장식해놨더라. 갈 돈만 된다면 이 호텔도 참 좋은 호텔인 것 같다. 내가 다녔던 호텔들 중 제일 눈이 즐겁고, 와 여기는 좀 다르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곳은 여기가 유일했으니까.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지하철역이 아주 가깝지 않고, 근처가 광화문이라 시위같은 거라도 하면 굉장히 헬일 것 같다...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시위나 집회를 하고 있지 않아 소음 이슈는 없었다.

침대 / 화장실

 
 객실 내부를 보며 꽤나 놀랐다. 웰컴 초콜릿도 주고, make up room 눌러놓고 나가면 청소 후 다과까지 마련해주고 가신다. 내가 있을 때는 마들렌을 줬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쇼핑백도 주고(굉장히 튼튼하다).. 하여튼 돈 낸 만큼 뭘 많이 해주는 것 같다.
 
 어매니티는 딥티크였다. 입욕제를 안 가져갔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는 딥티크 배쓰솔트가 있어서 그거 쓰면 되니까. 하지만 나는 배쓰솔트 취향이 아니라 그냥 러쉬를 썼고, 그 배쓰솔트는 내 방의 방향제로 쓰고 있다. 향이 정말 좋다. 
 
 아, 이때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눈이 엄청 많이 왔었다. 이게 아름다워 보일 정도의 눈이 아니라 좀 많이 오는 눈이라서 친구랑 시청역까지 걸어가는데 은근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7. 굳이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Kensington Hotel


  김윤아 콘서트장(LG 아트센터) 근처에 있는 코트야드를 잡아뒀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취소했다. 그 뒤에날짜에 맞게 잡은 호텔이 여기였다. 해피아워에 조식에 굉징히 가성비있는 곳이라고 해서 예약했다.

해피아워로 저녁먹기

 

 오래된 호텔의 느낌이 물씬 났다. 해피아워와 조식은 그다지 맛있지 않았다. 돈 아끼려고 간 호텔이었던 만큼 크게 불만갖지 않으려고 했지만, 차라리 음식 값과 방값을 쓰더라도 더 좋은 곳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본 노을

 
 그래도 장점을 꼽아보라고 하면 근처에 커피빈과 여의도 한강공원이 있다. 노을 지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Cigarettes After Sex의 Dark Vacay라는 곡을 들었다. 걸어다니면서 커피빈 헤이즐넛 라떼를 마셨다. 적당히 시원했던 바람과 퇴근하고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잔잔하게 흘렀던 한강물이 떠오른다.
 

 

Dark Vacay

Cigarettes After Sex · Song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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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다가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고 싶어 무작정 택시를 탔고, 거기서 남은 인생 10년이라는 책을 사서 호텔로 들어갔다. 이것에 대한 서사는 <남은 인생 10년> 책 리뷰 포스팅에 있다.
 

 

[소설]남은 인생 10년(고사카 루카 저)

영화와 원작 둘 다 봤는데 나는 영화를 알기 전 원작을 알게 된 케이스라 원작부터 읽었다. 원작을 읽고 영화도 보고싶어져서 영화보러 간 케이스? T도 눈물을 흘린다는 바이럴이 있었는데,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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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모든 호텔 방문 기록들을 적어봤다.
 
다음 포스팅에는 이 포스팅을 살짝 엮어서 호텔을 다니며 어떤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는지, 나는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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